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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제정세]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 유예를 90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 미국 전역의 소비자들이 화웨이 장비로부터 다른 회사 장비로 옮기는데 필요한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다음 달 있을 고위급 무역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규제 유예 조치를 오는 11월 18일까지 90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 내용을 발표한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19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집요한 국가안보․외교정책상의 위협을 고려해 미국 전역의 소비자들이 화웨이 장비로부터 다른 회사의 장비로 옮겨 가는 데 필요한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행정부는 지난 5월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들을 거래제한 대상 기업으로 지정했지만, 화웨이 통신장비를 쓰는 미국내 기업과 그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기존 제품의 유지와 보수에 한해 임시 허가 형태로 90일간 조치를 유예 조치를 해 왔다. 그리고 이번에 90일을 더 연장하게 된 것이다.
미 언론들은 앞서 미 상무부가 화웨이의 미국 기업 제품 구매를 허용하는 ‘임시 면허’를 90일 추가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유예 연장 발표 하루 전날인 1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웨이에 대해 “거래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연장이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와는 상관없이 미 상무부는 90일 더 연장한다는 유예 조치를 발표했고, 더불어 화웨이 계열사 46곳을 거래 제한 명단에 추가했다. 이로써 거래 제한 명단에 포함된 화웨이 계열사는 모두 100곳을 넘게 됐다.

◆ 화웨이 제재 중단 촉구 나서

미국이 화웨이 계열사 46곳에 대해 추가로 제재 대상 명단에 포함시키자 화웨이는 제재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화웨이측은 “이 시점에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으로 미국의 국가 안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화웨이는 이 조치가 시장경제의 자유 경쟁 원칙을 위반한다면서 화웨이의 사업을 압박하는 어떤 시도도 미국이 기술 선두 지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화웨이에 거래 제한 조치를 취하는 이유에 대해 ‘국가 안보 위협’이라는 이유를 들고, 화웨이는 국가 안보와 관련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화웨이의 주장과는 달리 화웨이 기술자들이 아프리카 우간다와 잠비아 등에서 현지 정권의 첩보 활동을 지원해 온 것이 드러나면서 미국이 주장해 온 화웨이의 스파이 활동과 미국 우방의 국가안보위협론에 타당성을 부여한 상황이 됐다.

지난 1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 직원들은 우간다나 잠비아 등지에서 암호한 문자나 송수신한 데이터를 감청하고 정적의 활동을 감시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특히 우간다에서는 지난해 정보 당국자들이 야권 지도자 보비 와인의 ‘왓츠앱’ 메시지를 화웨이 직원의 도움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33년째 장기집권 중인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의 퇴진 운동 시위를 조직하려던 와인의 계획을 무산시켰고, 이후 와인과 그의 지지자들을 경찰에 체포했다는 것이다.

한편 잠비아에서는 화웨이 기술자들이 정부가 친야당 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블로거들의 전화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이러한 행보를 비춰봤을 때 미국 측에서 이번 화웨이 거래 제한 조치 유예를 90일 더 연장하는 이유에 대해 ‘미국 소비자들을 위함’이라고 발언한 것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무역전문 변호사 더그 제이콥슨도 로이터통신에 상무부의 연장 결정이 놀랍지 않다면서 “통신 공급업체들이 대체 장비공급업체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과 무역협상의 여지를 남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음 달 미․중 간 고위급 무역 협상을 앞두고 화웨이에 대한 제재 유예를 통해 타협의 여지를 주면서 압박의 고삐도 늦추지 않겠다는 뜻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시장에서는 미․중 간 무역전쟁의 완화로 해석하고 뉴욕의 주요 증시가 일제히 큰 폭으로 올랐다.

◆ 화웨이 사업 차질 빚을 듯

글로벌 경제는 이번 미국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화웨이는 거래 유예 연장과 관련해 “연장이 되든 안 되는 화웨이의 사업에 실질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웨이는 최고의 제품을 개발하고 세계 각지의 고객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화웨이의 주장과는 달리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제재 이후 화웨이는 스마트폰 위탁생산 주문을 중단하고, 직원 해고에 나서는 등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오는 6월 출시 예정이었던 화웨이의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가 9월로 늦춰진 바 있는데, 이번 9월 출시도 어렵게 됐다는 소식이다. 15일 미국 IT전문매체 테크레이다와 더버지 등의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선전에서 열린 언론 행사에서 메이트X 9월에 출시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화웨이 측에서는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수급받고 있는 디스플레이 품질․수율 문제와 더불어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거래 조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즉, 미국의 조치로 화웨이가 메이트X를 비롯한 신형 스마트폰에 구글의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탑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삼성은 이변이 없는 한 9월 ‘갤럭시 폴드’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한․중 간 폴더블 전쟁은 삼성의 승리로 점쳐진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삼성이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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