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의 대표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곳이 한일경제전쟁을 기화로 번진 위기를 기회를 바꾸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산업기획] 삼성전자는 최근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도래한 위기를 다른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정면 돌파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4일 삼성전자는 ‘AMD’와 초저전력, 고성능 그래픽 설계자산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고 발표했는데, AMD는 CPU와 GPU(그래픽처리장치) 분야에서 각각 ‘인텔’과 ‘엔비디아’에 이은 점유율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세계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는 반도체 설계회사다.

◆ 협업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삼성전자

업계에서는 이번에 체결된 삼성전자와 AMD의 전략적 동맹관계를 서로에게 득이 되는 이른바 Win-Win 관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먼저 삼성전자는 AMD의 우수한 그래픽 관련 설계기술을 자사의 스마트 폰에 적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으며, 향후 두 회사의 협력관계가 성숙될 경우 AMD가 ‘TSMC’ 등에 발주하고 있는 반도체 생산물량의 일정 부분을 삼성전자에 발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AMD는 7나노 기반의 CPU 생산물량을 TSMC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삼성전자가 EUV 노광기술을 적용한 7나노 기반의 반도체 양산에 이어 5나노, 3나노 기반 양산에 돌입할 경우 삼성전자는 TSMC와의 경쟁에서 한층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AMD 또한 이제까지 PC와 서버 분야에 국한되었던 회사의 시장을 삼성전자와의 제휴를 통해 모바일 시장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므로 이번 동맹으로 얻는 이익이 클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삼성전자는 AMD와의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 외에 ‘샤오미’와의 협업관계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7일 샤오미의 공동창업자 린빈(林斌) 총재가 자사의 주력 스마트폰인 ‘홍미’씨리즈에 삼성전자의 6400만 화소급 이미지센서인 ‘GW1’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같은 날 중국의 계면신문(界面新闻)은 보도했다.

일본의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이와 유사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또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오포 또한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샤오미와 오포가 자사의 제품에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를 탑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IHS 마킷의 2019년 1분기 자료 기준으로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 1위인 소니(51.1%)와 2위인 삼성전자(17.8%) 사이의 격차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지난 8월 12일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1억 800만 화소급의 이미지센서인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를 출시한 자리에서 이미지센서 개발 초기부터 샤오미의 협력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샤오미의 린빈 총재도 크기가 작고 두께가 얇은 스마트폰에 1억 8백만 화소급 이미지센서를 탑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었만 이를 위해 개발 초기부터 삼성전자와 긴밀히 협력해왔으며 앞으로도 협력관계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일반적으로 픽셀(Pixel, 화소)의 수가 많을수록 높은 선명도와 복잡한 모양의 물체를 세밀하게 구현할 수 있는 반면 픽셀의 크기가 클수록 감광도(빛을 감지하는 정도)가 좋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이미지센서는 그 크기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픽셀의 수를 늘리면 픽셀의 크기가 작아져 감광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미지센서에 ‘테트라셀(Tetracell)’이라는 기술을 적용했는데 이는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을 경우 소프트웨어로 4개의 소형 픽셀이 하나의 대형 픽셀처럼 작동해서 감광도를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테트라셀 기술의 적용으로 우수한 품질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 샤오미 등이 생산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할 경우 우수한 품질의 이미지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AMD, 샤오미, 오포 등의 다른 기업과 협력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미중 무역 분쟁, 일본의 경제보복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기술력으로 승부하겠다는 SK하이닉스

한편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2E’ HBM(High Bandwidth Memory) 반도체 개발과 세계최초로 128단 TLC 낸드플래시 메모리 양산에 성공함으로써 기술력으로 위기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8월 12일 SK하이닉스는 핀당 처리속도가 3.6Gb/s(기가비트/초)이며 1024개의 I/O를 통해 460GB/s(기가바이트/초)의 데이터 처리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HBM인 HBM2E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3.7GB(기가바이트) 고화질 영화 124편을 1초에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스펙대로라면 지난 3월에 삼성전자가 선보인 HBM 제품인 ‘Flashbolt’의 핀당 처리속도인 3.2Gb/s와 데이터 처리속도인 410GB/s보다 우월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SK하이닉스는 2013년 HBM을 세계 최초로 시장에 내놓은 이후 계속해서 시장을 선도해왔으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하여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에서 회사의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HBM은 고가이지만 고성능의 메모리 반도체이기 때문에 개인용 PC나 스마트폰에 사용되기 보다는 GPU나 AI(인공지능) 분야에 활발히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VR, AI이 널리 보급될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활용도가 높은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26일에 SK하이닉스는 128단 TLC 낸드플래시 메모리 양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TLC 낸드플래시로 1Tb(테라비트) 용량을 구현한 것은 세계최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제품의 생산성이 기존 96단 TLC 낸드보다 40% 이상 향상되었으며, 전체 제조 공정을 5% 감소시킬 수 있었던 덕분에 전환투자비용을 약 60% 정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품의 양산으로 생산성 향상과 투자비용의 절감이 기대되므로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협업강화와 기술개발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므로 차분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면 이번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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