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0초 만에 무너져 내린 47년 역사의 해상 운송로


메이데이외치며 교각에 정면 충돌


[뉴스워커_투데이 국제이슈] 현지 시간 26일 새벽,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대형 교량이 항구를 지나던 화물선과 충돌해 붕괴했다. 이 사고로 차량이 추락하고 당시 보수 작업 중이던 인부들이 물에 빠져 구조 작업이 진행됐다. 현재까지 2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된 상태지만 당국은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여 수색을 일단 종료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색 작업을 보수 작업으로 돌린다는 입장이다. 해당 인부들은 모두 중남미 출신의 이주 노동자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붕괴한 교량의 정식 명칭은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릿지로 총 2.6km의 미국 동부 볼티모어 항만을 가로지르는 대형 교량이다. 새벽 128분 컨테이너를 실은 싱가포르 선박 달리호가 항만을 가로지르던 중, 다리의 중앙 교각을 그대로 들이받았고 순간 무너진 균형과 함께 짧은 화재가 이어졌다. 그리고 단 20여 초 만에 전체 구조물이 연달아 휘어져 내리며 붕괴했다. 도로 보수 공사를 진행하던 인부들은 미쳐 피하지 못하고 다리와 함께 추락했다. 조사에 따르면 사고 선박은 동력을 상실해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메이데이’, 이른바 긴급 조난 신호를 외치며 교량으로 다가왔고 이 덕분에 충돌 직전 다리로 진입하려는 차량을 통제할 수 있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선박이 8노트(14km/h)의 매우 빠른 속도로 다리에 접근하고 있었지만 조난 신호를 보내와서 즉시 차량을 통제할 수 있었다며 재빠르게 행동한 경찰과 선원들의 영웅적 행동 덕분에 더 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선원들 역시 통제 불능의 선박 위에서 빠르게 조난 신호를 보내고 닻을 내리는 등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선박은 볼티모어를 떠나 스리랑카 콜롬보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출항 4km만에 엔진이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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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선체 결함예고된 사고?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한창이지만 전문가들은 선박 동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4,700여 개의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선박이 교량과 충돌한 만큼 무너진 잔해를 수습하는 작업이 쉽지 않아 정확한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달리호는 우리 기업 현대중공업이 건조해서 인도한 화물선인 만큼 이들도 책임 공방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달리호는 이미 2015년에 인도되어 보증기간이 훨씬 지난 상태이고 그동안 조선소 측이 아닌 선주가 관리 주체로서 수리와 개조에 참여했기 때문에 책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일부는, 달리호가 무리한 운항을 지속했기 때문에 기관 고장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선박 검사에서 시스템 결함이 발견됐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2016년에도 해당 선박은 벨기에에서 한차례 충돌 사고에 휘말렸고 이때도 선체 결함을 진단받아 항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싱가포르 해양항만청은 경미한 문제였을 뿐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오염된 원료를 사용했다는 주장인데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갑작스러운 전력 중단은 불량 연료를 사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다른 한편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계획적인 테러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에서는 외국의 사이버 공격을 붕괴 원인으로 지적하며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이 번져가고 있는데 여기에 보수 성향의 방송들과 극우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는 모습이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이번 사고가 의도적인 공격인가 아니면 사고인가라는 글을 게재하며 음모론을 부채질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여기에 의도적인 사고라고 믿을 만한 어떠한 징후도, 별다른 이유도 없다며 테러 가능성을 일축했다.


자동차 수출입에 차질 예상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릿지는 1977년에 개통되어 지난해만 1,240만 대의 차량이 이용했을 만큼 거대한 4차선 교량으로, 대서양과 미국을 연결하는 해상 운송의 주요 관문이다. 미국에서는 아홉 번째로 큰 항구로 특히나 자동차 수출입 물량이 미국 내 1위인 지역이라 이번 사고로 항구가 폐쇄되며 물류 수송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양방향 차선이 모두 폐쇄되어 물류 트럭들은 우회로를 찾아야 하고 대형 컨테이너 선박들은 항구에 발이 묶였다. 계획된 모든 출항 일정 역시 무기한 정지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항만 기능을 복구하는데 강조점을 두고 교량 복구 비용을 연방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밝히며 빠르게 재건설을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점점 커지는 최근 컨데이너선의 규모를 이해하고 이에 맞춰 새로운 규모로 설계하고 내구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47년 동안이나 볼티모어를 지켜온 다리가 단 몇 초 만에 무너져 내린 모습에 미국 사회는 충격이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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