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남북정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故이희호 여사에게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면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직접 조의문을 전하면서 남북 간 협력을 지속해 나가겠단 의사를 표해 경색된 관계 회복이 주목된다.

북한은 12일 오전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김여정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애도의 뜻을 남측에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제1부부장은 리현 통일전선부 실장과 이날 오후 5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호 통일부 차관, 윤건영 대통령국정기획상황실장,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을 만났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故이희호 여사에게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면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직접 조의문을 전하면서 남북 간 협력을 지속해 나가겠단 의사를 표해 경색된 관계 회복이 주목된다. <뉴스워커_황성환 그래픽 1담당>

◆ 정의용 “김정은, 이 여사 뜻 받들어 남북 간 협력 계속해 나가길 바란다고 해”

정의용 실장은 김 제1부부장을 만난 후 기자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이 여사의 민족 간 화합과 협력에 애쓰신 뜻을 받들어 남북 간 협력을 계속해 나가길 바란다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지원 의원도 “(김 위원장이 이 여사가) 기여한 공로를 기억하고 받들어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의 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김여정 제1부부장을 통한 조의문 전달과 관련해선 조문단 파견에 미치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김 위원장이 친동생을 통해 조의를 표한 만큼 경색된 남북관계에 비춰볼 때 형식적인 예우를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의원도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조문단이 오지 않아 아쉽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제1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께 그런 말씀을 전달해 드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김정은 “이 여사 헌신·노력, 북남관계 흐름에 밑거름…영원히 잊지 않을 것”

김정은 위원장은 ‘리희호 녀사의 유가족들에게’라는 제목의 조의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리희호 녀사가 서거하였다는 슬픈 소식에 접하여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며 “리희호 녀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게 온갖 고난과 풍파를 겪으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울인 헌신과 노력은 자주통일과 번영의 길을 나아가고 있는 현 북남관계의 흐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으며 온 겨레는 그에 대하여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고 애도를 표했다.

북한이 이희호 여사 별세를 계기로 조문단을 파견할 경우 남북 관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됐었다. 하지만 북측은 조문단 파견보다는 판문점에서 조의문을 전달하는 형식을 통해 예우를 갖추면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김여정 제1부부장의 조의문 전달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남북 고위급이 접촉했다는 의미를 갖게 됐다. 특히 이를 전달한 이가 김정은 위원장의 친동생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일각에선 상징성을 띄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면담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남북 고위급이 접촉하면서 친서 교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남북 고위급이 접촉했기 때문에 친서 교환이나 메시지 전달 등의 여부도 상당히 주목받았다.

◆ 北매체도 조의문 조화 전달 신속 보도

북한 매체도 이희호 여사의 별세 소식과 함께 김여정 제1부부장이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다는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이날 오후 9시 30분쯤 김정은 위원장이 이 여사의 유가족들에게 조의문과 조화를 보냈다면서 조의문 전문을 공개했다. 이날 남북이 오후 5시쯤 접촉한 것을 볼 때 4시간여만에 보도가 나온 것으로 상당히 신속하게 소식을 전달한 셈이다.

매체들은 이와 함께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남측 인사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포함해 김 위원장이 보낸 조화가 담긴 사진 등 3장의 사진도 공개하기도 했다.

6·12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고, 조의문 전달을 계기로 남북 고위급 인사들이 다시 한 번 마주 앉게 되면서 일각에선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이룰 수 있겠다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수연 뉴스워커<newsworker>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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