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국제정세] 미국이 자동차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내용과 함께 유럽연합(EU), 일본 등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180일간 연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 기간에 자동차 및 부품 수입을 제한하는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이다. 이로써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할 행정명령안을 입수했다면서, 한국․캐나다․멕시코가 징벌적 관세에게 면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주요 대미 자동차 수출지역인 일본, EU와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동차 관련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연기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6개월 연기한 후 그 기간 동안 EU와 일본과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을 비롯한 캐나다, 멕시코는 왜 면제 대상일까.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통해 자동차교역 문제를 매듭지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미국은 한미FTA를 개정해 올 1월부터 발효했다. 개정 한미FTA의정서를 보면 당초 미국이 2021년 1월 1일 철폐할 예정이었던 화물자동차(픽업트럭)에 대한 25%의 관세를 20년 더 유지해 2041년 1월 1일에 없애기로 했다.

또한 자동차 안전기준과 관련해 미국 기준만 충족해도 우리 측에서 수입을 허용하는 차량 쿼터는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미국산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한 자동차 교체부품도 미국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가능한 것으로 개정했다. 이렇게 자동차 부문에 있어 우리나라는 이미 여러 가지로 양보한 바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의 경우는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합의해 의회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 당초 전망대로 자동차 관세를 무역협상 카드로 쓸 듯

자동차 관세 얘기가 나올 때부터 일각에서는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 아닌 ‘무역협상’이 목적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블룸버그 통신이 입수한 행정명령안에도 그러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의 주 타깃은 EU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EU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미국은 EU에 공산품의 관세 철폐와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 정치․경제적으로 민감한 농축산물 시장 개방 확대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마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허너 이사도 “트럼프에게 자동차 관세는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 수 있다”면서 “현재 농축산물 관련해 더 큰 양보를 이끌어 내기 위한 계획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의회․자동차 업계 반대도 만만치 않아

무엇보다 미국 의회와 자동차 업계에서의 관세 부과 반대 목소리가 컸던 것도 연기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주 테리 세웰 세입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159명의 공화, 민주 하원의원들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동차 부문과 미국 경제를 해칠 수 있는 무역제한 조치를 부과하지 말라”고 경고 했다는 것이다.

자국의 자동차 업계에서도 수백만 대의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최고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차량 비용에 수천달러가 추가되고 잠재적으로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수십만 명의 실직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 자동차제조업연맹(AAA)은 성명을 통해 “자동차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정부가 자동차 관세 부과를 고려하는 것에 깊이 우려를 표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자동차산업연구소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차 가격이 미국산 자동차를 포함해 평균 2750달로 상승할 경우 연간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130만대 감소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2차 글로벌 무역전쟁은 피해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외신들이 행정명령안을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자동차 관세 부과를 6개월 연기함으로써 일단 2차 글로벌 무역전쟁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도 미국이 글로벌 무역전쟁에서 또 다른 전선을 여는 것을 피하는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EU도 보복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러한 의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주 9일과 10일에 있었던 무역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예고했던 대로 3250억 달러(약 386조원)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다음 달 1일부터 600억 달러(약 71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최대 25%로 인상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그러나 양국이 발표한 고율의 관세가 실제 적용되기까지는 2~3주가 걸린다. 이러한 시차를 둔 것은 재협상의 여지를 뒀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말 일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을 만날 것”이라며 “이 만남에서 결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당장 자동차 관세 우려는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미중 무역협상이 그렇듯 향후 EU․일본과의 협상도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동차 관세는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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