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비핵화 협상의 판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고, 우리 정부는 식량 지원에 대한 인도적 차원 문제를 미국과 논의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복잡해진 협상 판에서 북한은 한미를 비난하며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남북정세]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비핵화 협상의 판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고, 우리 정부는 식량 지원에 대한 인도적 차원 문제를 미국과 논의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복잡해진 협상 판에서 북한은 한미를 비난하며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북한은 지난 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했다. 이후 닷새만인 9일 평북 구성 일대에서 외형이 신형 전술유도무기와 유사한 미사일 두 발을 추가적으로 발사했다.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은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해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기에 주목됐다. 10일 비건 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한미워킹그룹 회의가 예정됐기 때문이다. 한미 양측 대표들은 북한의 식량 지원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북한의 추가적 도발로 비건 대표 역시 언론 접촉을 최소화 했다. 비건 대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모두발언 정도를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었는데 이를 비공개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하고 한미 워킹그룹 회의 이후 결과를 언론에 약식 회견으로 브리핑하기로 했으나 이 역시 취소했다.

◆ 트럼프 “단거리 미사일, 전혀 신뢰위반으로 생각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국면 유지를 강조하며 여전히 대화 의사가 있음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발사체는) 단거리 미사일들이었다. (이는) 매우 일반적인 것이었다”며 “그것들은 단거리이고 나는 전혀 신뢰위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우호 관계에 대한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면서도 “언젠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지 지금 그렇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잇단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에게 대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은, 협상을 지속적으로 이끄는 것이 내년 대선에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식량지원’ 언급하지만 北매체는 ‘생색내기’ 비난

우리 정부로써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을 적극 추진하고 있던 타이밍에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에 나서며 난감한 분위기를 맞았다. 정부가 대북 지원을 공식화 하자마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며 국민적 여론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인도적 지원을 계기로 소원해진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한편 이를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가 도발로 상황이 꼬인데다 북한이 12일 대남선전매체를 통해 “생색내지 말라”고 비난에 나서면서 난감한 입장이다.

북한은 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 “주변환경에 얽매여 (남북)선언이행의 근본적 문제들을 뒷전에 밀어놓고 그 무슨 계획이니 인도주의니 하며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나 하는 것은 남북관계의 새 역사를 써나가려는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대한 우롱”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 매체의 이같은 비난에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동포애적 차원에서 식량지원 문제를 계속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일일이 대응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 여전히 살아있는 추가적 도발 가능성…“대미 압박용”

한편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가능성이 여전히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13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현재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지금 북한으로서는 북미 간에 대화가 있을 때는 발사하지 않겠다고 했기에 어떤 의미에서 보면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북미 대화가 없기에 자기들이 이러한 것을 압박용으로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그들(북한은) 미국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단거리, 북한 영토 내에 영해 상에 떨어지는 교묘한 방법으로 압박과 간 보기를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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