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제정세] 지구촌 최대 규모의 인도 총선이 지난 11일 시작돼 어제(23일․이하 현지시간) 3단계 투표를 마쳤다. 5년마다 한 번씩 실시되는 인도 하원 투표는 9억 명의 유권자가 7단계에 걸쳐 다음 달 19일까지 투표하게 되며, 나흘 뒤인 23일 개표한다.

인도라는 한 국가의 총선에 국제 사회의 시선이 온통 쏠리고 있는데, 단순히 규모가 커서가 아니라 경제성장과 친기업 중심의 이른 바 '모디 노믹스’ 정책을 펴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인도 시장의 문을 활짝 열었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인도가 신남방정책의 핵심 협력 국가로 부상했고, 이러한 인도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인도 총리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 지구촌 최대 규모의 인도 총선이 지난 11일 시작돼 어제(23일․이하 현지시간) 3단계 투표를 마쳤다. 5년마다 한 번씩 실시되는 인도 하원 투표는 9억 명의 유권자가 7단계에 걸쳐 다음 달 19일까지 투표하게 되며, 나흘 뒤인 23일 개표한다.<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 지난 5년간 시장 개방 정책으로 경제성장 이끈 모디 총리

의원내각제인 인도에서는 하원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정권을 잡고 총리를 내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는 모디 총리가 소속된 인도국민당(BJP)이 인도 의회에서 다수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모디 총리가 처음 승리를 거뒀던 지난 2014년 총선은 인도 내에서 큰 이슈였다. 모디 총리가 소속된 BJP가 연립 구성없이 다수당 지위를 획득한 것이 1984년 이후 처음인데다 카스트라는 공고한 신분제가 남아 있는 사회 속에서 상인 출신의 모디 총리가 집권했기 때문이다.

또, 모디 총리가 집권하면서 경제발전을 위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인도 시장을 적극 개방했기에 인도의 경제 흐름을 바꾸는 변환점이기도 했다. CNBC 등 외신들이 인도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정도를 모디 총리 집권 전과 후로 나눌 정도다. CNBC에 따르면 모디 총리가 집권을 시작한 2014년 이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인도 시장에 2000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곳은 전자상거래 분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모디 총리 집권 동안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지난해 인도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플립카드를 인수하는데 160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CNBC는 보도했다.

인도 금융 시장에도 외국인들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디 총리가 ‘인도 국제금융기술도시 프로젝트’를 실시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 주식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다.

또 모디 총리가 ‘메이드 인 인디아’ 정책, 즉 제조업 활성화 정책을 펴면서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디지털 인디아’ 전략으로 인도가 디지털 시장에서도 성장했다는 평가도 있다. 즉,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인도에 스마트폰 제조 공장을 3배로 늘렸고, 애플은 지난 2017년부터 인도 지역에서 아이폰 생산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시장 개방 정책을 폈던 모디 총리이기에 국제사회에서는 모디 총리 재집권을 바라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모디 총리가 인도 시장을 적극 개방하고 제조업 활성화 정책을 펴면서 중국발 사드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을 순조롭게 이어가기 위해서는 모디 총리가 재집권을 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 화폐개혁으로 인한 부작용 속출..모디 총리 재집권을 장담하기 어려워

이렇게 모디 총리 집권 이후 국제 사회가 적극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인도는 5년 동안 연평균 7.7%라는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문제는 ‘고용없는 성장’을 이룩했다는 점이다. 45년 만에 가장 높은 실업률(6.1%)을 보이는 등 청년층의 불만이 매우 크다. 인도 인구 절반이 25세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디 총리의 재집권을 장담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왜 높게 나타났을까. 대체로 그 이유를 지난 2016년 11월 8일에 실시했던 ‘화폐개혁’을 꼽는다. 모디 정부는 고액통화를 폐기해 검은 돈을 몰아내고자 기존에 사용 중이던 500루피와 1000루피 지폐 유통을 그해 11월 8일 자정부터 금지하고, 대신 구권을 대체할 500루피와 1000루피 신권을 10일부터 풀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전 화폐를 교환할 수 있는 기간을 같은 해 말까지로 짧게 잡은 것이 문제였다. 당시 인도는 해당 고액권들이 전체 화폐가 80%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은행으로 한꺼번에 몰려 신권을 교환이 더딜 수밖에 없는데다 국민들이 일단 자산을 보전하려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시중에는 현금 부족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도시 거주 일용직 노동자이 상당수가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회사로서는 고용을 지속하기가 어려워 실업자들이 속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구권 화폐의 사용을 금지한 정책으로 현금 흐름이 막히면서 약 5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갑자기 실업률이 높아지자 생필품이나 식료품 거래량 감소를 가져와 현금 거래 비중이 높은 소상공인들과 농민들도 더불어 타격을 입게 됐다.

물론 화폐개혁 이후 디지털 이용률이 이전에 비해 80%나 늘어났고, 은행권 밖에 있던 대다수의 소상공인도 은행권 거래 대상자가 되는 등 인도 정부의 국가 경제 관리 역량이 향상되고 있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45년만의 최악의 실업률’ 부분은 당장 이번 선거에서 심판의 대상이 됐다. 야당은 집권 여당의 경제 실책을 비판하면서 실업자와 농민들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모디 총리가 인도․파키스탄 카슈미르 사건에서 강경대응하면서 지지율을 회복하고 있고 농촌 소득보상에 대한 공약을 발표해 농민들의 마음을 되돌리고 있다. 화폐개혁으로 몸살을 앓았던 소상공인들도 이제는 화폐개혁으로 인한 혼란이 점차 가라앉고 있는데다 모디 정부가 인프라 개선이나 빈곤층 구제, 부패와의 전쟁 등에서 대체로 일을 잘 해내고 있다며 다시 모디 총리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결국 최종 결과는 7단계 투표가 모두 끝내고 개표가 시작되는 다음 달 23일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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