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남북정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러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향후 북미·남북 대화가 장기적인 교착상태로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북러 밀착’에 출렁일 전망이다.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17일(현지시간) 외무부 소식통을 통해 “북러정상회담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열릴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에 앞서 김 위원장과 회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러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향후 북미·남북 대화가 장기적인 교착상태로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북러 밀착’에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 장면을 그래픽 화 한 것임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푸틴 대통령은 오는 26~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따라서 북러정상회담이 유력시 되는 날짜로 24일이 꼽히고 있다.

◆ 日언론도 25일 개최 보도…“첫 회담 최종 조율 중”

일본 언론들도 비슷한 뉘앙스의 보도를 내고 있다. 일본 아시히TV는 러시아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25일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간의 첫 회담이 최종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후지TV 계열 후지뉴스네트워크(FNN)은 김정은 위원장의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역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을 촬영해 보도하면서 의전 준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을 전했다.

교도통신도 러시아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 23일 오전 평양에서 고려항공 임시 항공편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통신은 이 항공에 탄 승객들이 김 위원장의 경호단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만약 이번 북러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8년 만에 북한과 러시아의 지도자가 만나게 된다. 앞서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은 지난 2011년 시베리아 부랴티야 공화국을 방문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 靑, 긴급 NSC 개최…북러 밀착에 높아지는 긴장감

북러정상회담 개최 소식에 우리 정부 역시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북러정상회담이 8년만에 개최된다면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첫 정상회담인데다 현재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이 엇박자를 낼 수도 있다.

미국에게 경제 제재라는 카드를 얻지 못한 북한의 입장으로선 접경지역에서 경제 교류가 가능한 러시아와 손을 잡는 방안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적대세력들의 제재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세계 모든 나라들과의 친선과 협조의 유대를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북한이 새로운 경제 교류의 활로를 찾아 러시아의 손을 잡게 된다면 당분간 제4차 남북정상회담은 우선 순위에서 멀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대화가 후순위로 밀린다면 북미대화 역시 그만큼 뒤로 늦춰지는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에도 북러의 만남은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다.

이에 청와대는 18일 국가안보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대책 마련 등 상황 공유를 할 예정이다.

◆ 北, 김정은 군사행보 잇딴 보도…대미 압박 전략 구사하는 듯

이와 함께 북한의 대미 ‘압박’도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7일과 18일 연이어 군사지역 행보에 나섰다고 전하며 대미 압박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8일 김 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하고 지도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 무기체계의 개발 완성은 인민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사변으로 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여러 방식으로 진행한 사격시험에서는 특수한 비행유도 방식과 위력한 전투부 장착으로 하여 우월하게 평가되는 전술유도무기의 설계상 지표들이 완벽하게 검증됐다”며 “국방 과학자들과 군수노동 계급이 나라의 방위력을 높이는데 또 한 가지 큰일을 했다. 전략무기를 개발하던 시기에도 늘 탄복했지만 이번에 보니 우리 과학자, 기술자, 노동계급이 정말 대단하다, 마음만 먹으면 못 만들어내는 무기가 없다”고 만족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연달아 군부대 방문에 나서면서, 이같은 행보에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미 견제에 목적이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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