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영국 하원은 오늘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기로 했다. 관건은 ‘얼마나’ 연기 하느냐인데, 이 부분은 오는 20일(이하 현지시간) 있을 브렉시트 결의안에 대한 3차 승인투표를 통해 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원은 14일 오후 의사당에서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EU(유럽연합) 탈퇴시점, 즉 브렉시트와 관련한 정부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다. 정부 결의안은 오는 20일 데드라인으로 정한 뒤 그때까지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EU 탈퇴시점을 6월 30일까지, 만약 통과하지 못하면 이보다 오랜 기간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영국 하원은 찬성 412표, 반대 202표로 가결했다.

한편, 영국 하원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내놓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난 1월 중순 첫 승인투표와 지난 12일 열린 2차 승인투표에서 모두 부결시킨 바 있다. 이어 13일에 표결을 부쳤던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마저도 거부하자, 메이 총리는 다음 날인 14일 브렉시트 시점 연기 여부에 대해 표결을 부쳤던 것이다. 이외에도 브렉시트를 연기한 뒤 제2의 국민투표를 개최하자는 수정안에 대해서는 찬성 85표, 반대 334표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오는 20일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세 번째 승인투표를 한 뒤, EU에 브렉시트 연기를 공식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 장기간 연기될 가능성이 더 커

확실한 것은 20일이 돼야 알 수 있지만, 영국 의회나 EU 분위기상 장기간 연기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국 정부가 내놓은 결의안에는 오는 20일 투표를 통해 브렉시트 합의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오랜 기간 연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1차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거부했고, 메이 총리가 EU측과 재협상한 뒤 이를 가지고 지난 12일 다시 승인투표를 했지만 영국 하원은 이마저도 부결시켰다.

이때 발표된 수정안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가장 논쟁이 됐던 ‘백스톱’(일명 안전장치)이다. 이는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소속인 아일랜드 사이에 관세 및 물류 등의 장벽인 하드보더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이 브렉시트를 단행하더라도 별도 합의 시까지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영국 내 강경론자들은 잔류 종료 시점을 못 박지 않아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고도 경제적으로 EU에 지속적으로 종속된다며 브렉시트 합의안을 거부하고 ‘법적구속력’이 있는 재협상 결과를 요구했었다. 따라서 수정안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공동합의안’을 제시했다. 만일 EU가 영국을 백스톱 조항에 무기한 묶어두려고 한다면 영국이 EU에 공식적으로인 분쟁을 개시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정안의 두 번째 내용은 2020년 12월까지 백스톱조항 대체 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고, 세 번째 내용은 ‘만일 영국이 EU와의 미래 관계에 대한 논의가 결렬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 하원 강경론자들은 개정된 합의안 역시 백스톱 조항이 무기한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만 밝히고 있을 뿐 언제까지 적용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메이 총리와 새로운 협상안을 만들었던 장 클라우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재협상이 끝난 후, “세번째 협상은 없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영국 정부는 오는 20일 3차 승인투표에서도 이미 부결됐던 같은 협상안을 가지고 표결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극적 타결이 없는 한 장기 연기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 문제는 EU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승인

영국이 브렉시트 연기를 최종 결정하면서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의 승인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유럽 의회는 오는 21일과 22일 회원국들의 정상회담을 소집하고 각국의 의사를 묻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영국의 브렉시트 연기를 위해서는 모든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이 문제다. 회원국 내에서도 브렉시트 연기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무의미하다는 의견으로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노딜로 인한 혼란을 감당하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협상을 통해 탈퇴하는 방안을 구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13일 “우리는 질서정연한 영국의 탈퇴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프랑스는 독일에 비해 강경하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달 말 "영국이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야만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 시한 연기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 외무차관도 “연기가 단순히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EU측 브렉시트 협상 대표인 미셸 바르니에는 13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왜 EU가 영국의 EU 탈퇴시점 연기를 승인해야 하는가” 반문하면서 “영국과의 협상은 완전히 끝이 났으며, 더 나아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이 총리가 연기의 목적을 설명할 수 없거나 탈퇴 조약을 수정하력 할 경우 시간을 주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EU집행위원회 경우 독일과 비슷한 입장을 보이면서 ‘장기간 연기’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4일 27개 회원국에 “브렉시트를 장기간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실행 시점이 길어지면 브렉시트가 영원히 미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간 연기 되면 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영국의 브렉시트는 당초 약속했던 EU 탈퇴시점을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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