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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지 23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서면서 앞으로의 재판 쟁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1980년 광주에서 헬기사격을 봤다는 조비오 신부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11일 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했기에 향후 재판에서는 혐의 입증을 둘러싼 쟁점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5·18 민주화운동 39년 만에 법정 선 전두환 전 대통령…‘골목 성명’은 없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또 다시 법정에 선 것은 앞서 1996년 12·12 사태와 5·17 계엄 확대 등 혐의로 항소심 공판에 출석한 지 23년 만이다.

1995년 반란(내란)수괴 등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 자택 앞 골목에서 검찰 소환에 반박하는 일명 ‘골목 성명’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그동안 전씨는 건강상 이유를 들며 재판을 수차례 불출석한 바 있다.

전씨는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헬기 사격의 참혹한 광경을 목격했다는 故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보도에 따르면 11일 열린 광주지법 재판에서 전 씨 측은 5·18 헬기 사격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에 근거한 전략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인 명예훼손의 경우 공연히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된다.

다만 전씨 혐의인 ‘사자명예훼손’의 경우,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는 본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5·18 헬기 사격이 진실인지 허위사실인지를 가려내는 과정이 11일 재판의 중요 쟁점이었다.

전씨 측은 5·18 당시 헬기 사격설에 대해 조비오 신부가 주장한 5월 21일 오후 2시쯤 ‘광주 불로교 상공에서의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들며 “허위사실로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또한 전씨 측은 5·18 당시 광주에서 기총소사는 없었으며, 설령 기총소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조 신부가 주장하는 시점에서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 공소사실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씨 측은 회고록에 대해 “고의성을 가지고 허위사실을 기록해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기에 혐의에 대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검찰의 숙제가 된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1천억 원…22년 지났지만 환수 집행률은 53.3% 그쳐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도 검찰 앞에 놓인 숙제가 됐다.

앞서 23여년 전인 1996년 검찰은 12·12사태와 5·17 계엄확대 및 민주화 운동 무력진압 등 관련 혐의로 전씨에 내란 수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10개 죄목으로 기소했고, 1심 재판부는 사형과 추징금 2259억 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전씨는 같은 해 12월 항소심에서 1심 보다 감형된 무기징역 및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고, 이듬해 4월 대법원 항소심 형이 확정된 바 있다.

이후 2년 간 복역한 전씨는 1997년 말 김영삼 정부 집권 당시 특별사면과 복권으로 인해 형 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추징금 납부 의무는 아직 남아 있는 상태지만 뇌물 수수 관련 확정된 추징금 2205억 원 중 1050억 원을 미납해 연희동 자택이 압류처분 중에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확보한 전씨의 추징금은 1천174억9천700여 만 원으로 집행률은 53.3%다.

추징금 확정판결을 받은 지 22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난 상태지만, 단지 절반에 그친 추징금 환수 과정을 두고 납부 의지와 함께 검찰의 환수 의지도 부족한 게 아니냐는 국민적 추궁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전씨 측은 압류 등에 대한 형사판결 집행 사항은 피고인 자신의 재산에 대해서만 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들고 있다.

압류 처분 중인 연희동 자택은 아내인 이순자씨 명의로, 제 3자에 대한 집행은 무효라는 취지를 들며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내기도 했다.

반면 검찰은 “연희동 집은 전 씨의 차명 재산”이라며 강제 집행이 가능하다고 맞서며 ‘명백한 환수 대상’이라고 반박한 상태다.

◆ 비참한 심경 토로한 광주 시민들…앞으로의 재판 과정은

한편, 5·18 민주화운동 관련 공소사실에 전면 부인한 전 전 대통령 태도에 광주 시민들 및 5·18 단체 등은 비참한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5·18 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등 단체는 재판이 끝난 후 광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 한 번 사죄를 촉구하기도 했다.

광주 시민 및 참석자들은 “광주 시민들은 억울하고 분노가 치민다”며 “법적 정의를 세우고 재판을 통해 다시 심판해야 한다”고 분개했다.

향후 진행될 재판에 있어서는 혐의의 주요 쟁점을 가려내기 위한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이에 향후 전 전 대통령이 광주 법정에 다시 설지에 대한 여부에도 국민적 관심이 쏠린다.

우선 형사 사건은 선고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고 전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어 1심 선고시기를 단정 짓기 힘들다는 시각이 나온다.

또한 전씨가 과거 ‘골목 성명’이나 관할 이전 등을 이유로 재판을 수차례 연기 신청하거나 기일이 잡힌 공판에 불출석해 구인장까지 발부된 경우가 잦았던 만큼, 법원은 전씨 측이 되도록 시간을 끌지 않도록 하는 재판을 이어갈 전망이다.

다음달 4월 8일에는 공판준비기일이 열려 증거와 쟁점 정리를 위한 준비 절차가 진행될 예정으로, 전씨는 출석 의무가 없어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한 달에 두 차례 특별 기일을 열거나 일정 기간을 정해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재판기일이 정해지면 그때부터 전씨는 형사재판의 피고인 재판 출석 의무에 따라 출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전 씨가 또 다시 치매나 건강상태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에 재판부 판단에 따라 이례적으로 피고인의 출석 없는 궐석 재판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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