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글로벌 이슈]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B737 맥스8 기종의 추락사고가 있은 후 여러 나라에서 잇따라 운항 중단 결정을 내렸다. 4개월 만에 벌써 두 번째 사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 항공당국은 12일 ‘안전하다’며 “항공기의 이륙을 중단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음 날인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보잉 737맥스8 기종에 대해 즉각 운항을 중단하라는 비상 행정명령을 내렸다.

◆ B737 맥스8 운행 중단 44개국으로 확대

케냐 나이로를 향하던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B737 맥스8’ 여객기는 지난 10일 이륙 6분만 추락해 탑승자 157명이 모두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29일 같은 기종의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여객기도 추락해 탑승자 189명이 모두 숨지는 사고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이렇게 같은 기종의 여객기가 넉 달만에 두 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세계 각국은 이 기종에 대해 운항중단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운항을 중단한 나라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몽골,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6개 항공사들이 운항 중단 결정을 내렸으며 12일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도 운항 중단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스타항공만 B737 맥스8 기종을 운항하고 있는데, 지난 12일에 운항 중단 결정을 내린 바 있다. 13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B737 맥스8 운항을 중단한 나라는 44개국으로 집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 ‘안전하다’며 버티던 미국도 결국 운항 중단 결정

이렇게 여러 나라에서 B737 맥스8 기종에 대해 안전성을 이유로 운항 중단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미 항공당국은 12일까지만 해도 ‘안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니엘 엘웰 미 연방항공청(FAA)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의 규제당국의 검토 결과 보잉737 맥스8의 경우 시스템적인 성능 문제를 보여주지 않았다”면서 “항공기의 이륙을 중단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 갑자기 13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은 ‘보잉737 맥스8 기종에 대해 운항 중단하라’는 비상 행정 명령을 내렸다. 이 행정명령은 즉각 발효되며 보잉737 맥스8 뿐만 아니라 맥스9도 운항중단 기종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결정에 대해 “미국 국민과 모든 사람의 안전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며 이는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말했다. 또한 현재까지 진행된 조사에서 나타난 새로운 정보에 따라 긴급 명령을 내리게 됐다고 말하면서도 그 새로운 정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미국과 함께 운항 중단하지 않고 있던 캐나다도 13일 자국 상공에서의 같은 기종 항공기의 운항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마치 가노 캐나다 교통부 장관은 “오늘 아침 새로운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와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예방 조치로 이같은 안전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 무엇이 문제일까

그렇다면 B737 맥스8 기종은 무엇이 문제일까.

미국은 지난해 10월 같은 기종의 여객기가 인도네시아 라이언 에어 추락 사고가 있었을 때그 원인으로 해당 기종의 소프트웨어 오작동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미 연방항공청(FAA)은 지난 12일 B737 맥스8 기종은 ‘안전하다’고 하면서도 “보잉 측에 4월까지 항공기 설계 변경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항공기 결함을 암시했다.

이러한 FAA측의 발언과 지난해 인도네시아 항공 추락사고 원인을 종합해 봤을 때 시스템 설계가 문제일 수 있다. 미국 조종사들도 최근 몇 달 간 B737 맥스8 기종의 제어 문제를 겪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인터넷 신문 폴리티코는 지난 12일 미 연방정부의 기록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조종사들이 자발적으로 작성한 이 보고에는 작년 10월에 발생한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항공 추락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실속방지시스템(anti-stall system)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B737 맥스8 기종은 항공기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실속(stall) 상황에서 받음각 센서(Angle of Attack·AOA)를 제어하는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가 자동으로 조종에 개입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MCAS가 이륙하는 정상 상황을 실속으로 잘못 인식하면 기수를 내리며 속도를 높이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작년 11월 보고서 내용에 “이륙 직후 자동조종장치를 켰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두 건이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전 달인 10월에 제출된 보고서에도 맥스8 기종의 자동출력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있었다는 것이다.

B737 맥스8 기종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 12일 보도를 통해 ‘비용절감’을 지적했다. 지난 2017년 보잉사가 737 맥스8을 야심차게 선보이면서 조종사들이 시뮬레이션 훈련없이 비행이 가능할 만큼 운항이 쉽게 설계됐고, 연비 효율성으로 더 오랜 시간 비행이 가능하며, 정비비를 삭감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보잉사는 737 맥스 시리즈를 출시한 이후 5000대 이상의 주문을 확보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두 건의 추락사고 모두 항공기 결함이 사고 원인인 것으로 무게가 실리면서 ‘비용 절감’을 강조했던 보잉사의 신뢰도도 추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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