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 2담당

[기업분석] 1996년 최신규 전 회장으로부터 세워진 손오공은 애니매이션 제작 및 완구제조 업체로 ‘헬로카봇’, ‘탑블레이드’, ‘터닝매카드’ 등을 출시하며, 국내 1위 완구업체로 성장했다.

◆ 2016년 최신규 전 회장, 마텔에게 지분 넘기며 최대주주 바뀌어

잘나가던 손오공은 2016년 12월 16일 최 회장의 지분율이 16.93%에서 4.93%로 감소되고, 손 회장의 지분 11.99%를 Mattel Marketing Holdings, Pte. Ltd이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섰음을 공시했다.

당시 마텔은 장외로 최 회장의 주식을 주당 5,316원에 매입했고, 최 회장은 약 140억 원에 해당하는 거액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중요한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어, 최근 손오공의 갑질의혹과 함께 다시 재조명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 마텔, 손오공 최대주주 됐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권리(IP)는 다른 회사가 쥐고 있어…가장 중요한 완구 지적재산권(IP)는 여전히 최 회장의 장남 개인회사 손에

우선, 마텔은 거액을 지불하며 최 회장의 지분 11.99%를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섰지만, 정작 손오공의 완구지적재산권 ((Intelletual Property)는 최 회장 오너일가 개인회사인 초이락컨탠츠팩토리라는 회사가 쥐며 1,000억 원에 다다르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초이락컨탠츠팩토리는 2007년 완구디자인 및 제조, 애니메이션 제작 및 배급, 캐릭터 라이센스 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최신규 회장의 장남인 최종일씨가 지분 45%, 최종일씨의 자녀인 최율하 25%, 최율이 20%, 최종일씨의 부인 이희숙씨 10%를 보유한 상태이다.

▲ 자료_전자공시시스템/(2007년~2017년 기준)

현재 초이락컨탠츠팩토리는 매출액의 대부분을 손오공을 비롯한 특수관계기업들로부터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2017년 매출액 941억 원 중 내부거래금액 521억 원(비중 55%), 2016년 매출액 1,783억 원 중 내부거래금액 1,025억 원 (비중 57%), 2015년 매출액 1,325억 원 중 내부거래금액 774억 원 (비중 58%)를 나타냈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거래상황으로, 마텔이 중요한 권리(IP)를 보유한 초이락컨탠츠팩토리의 지분을 매입하지 않고 유통회사에 불과한 손오공의 지분을 매입해 지분거래 후에도 前 창업주 일가의 개인회사가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이 의구심을 들게 하고 있다.

◆ 마텔과 최신규 전 회장의 지분거래, 합병설 대두 되기도…지분거래를 통해 마텔은 유통판로 개척, 최 전 회장은 내부거래 의혹 벗어나

일단 마텔과 최 전 회장간의 지분거래를 통해서는 마텔은 국내 완구업체 1위인 손오공을 통로로 한 유통판로 개척과 ‘터닝메카드’의 해외판권을 얻었으며, 최 전 회장은 손오공의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줌으로써, 손오공과 초이락컨탠츠팩토리간의 내부거래의혹을 일부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마텔과 최신규 회장간의 밀월관계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내용 말고 다른 추가적인 두 당사자간의 모종의 계약이 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가운데, 현재 투자업계 일각에선 향후 마텔과 최신규 회장의 다음 시나리오로 합병설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했다.

초이락컨탠츠팩토리과 손오공의 합병이 성사되면, 최 전 회장은 초이락컨탠츠팩토리를 우회상장시킴과 동시에 자신의 장남인 최종일 대표로의 경영승계를 마무리 지을 수 있으며, 마텔 입장에서도 완구지적재산권(IP) 획득은 물론,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대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마텔과 최 전 회장간의 지분변동 이후 2년, 둘 사이의 밀월 관계 끝은 어디인가?

이처럼, 과거 마텔과 초이락컨탠츠팩토리간의 밀월관계에 의한 합병설이 대두 되기도 했지만, 지분거래 이후 2년이 지난 현재, 유통회사로 전락한 손오공의 실적이 점차 악화가 되고 있는 가운데, 초이락컨탠츠팩토리가 일부 장난감제품에 대해 직접 유통에 까지 나서며, 최근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ㆍ초이락컨탠츠팩토리가 2018년 10월 개최한 ‘브라보키즈 페스티벌’
(자료: 초이락컨탠츠팩토리 당사 홈페이지)

또한, 초이락컨탠츠팩토리는 기존 손오공 측이 매년 주최하던 터닝메카드 대회 등 대형 이벤트 대신 2018년부터 ‘브라보키즈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콘텐츠·장난감 이벤트를 시작했다.

2018년 10월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이날 이벤트에는 1만5000명의 인파가 몰려, 과거 매년 2만 명쯤이 몰리던 손오공의 터닝메카드 장난감 축제를 고스란히 옮겨왔다는 평이 있었다. 

그리고 앞선, 2018년 7월엔 초이락컨츠팩토리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2018년도 하반기 사업설명회에는 방송, 언론, 유통, 라이센스 관계자를 포함해 300여 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손오공 측 또한 초이락컨탠츠팩토리의 장난감 비중을 낮추고, 마텔 장난감의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외부 업체들의 장난감을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마텔과 최 전 회장이 처음엔 각자의 계산에 의해 손을 잡은 형국이었지만, 어느새 손오공은 초이락컨탠츠팩토리에 목을 메는 상황이 되어 실적만 안 좋아지고, 그 사이 초이락컨탠츠팩토리는 자생력을 갖춰, 과거 합병설에서 점차 각자도생설이 힘을 얻고 있다.

◆ 초이락컨탠츠팩토리의 수익성악화는 투자 비용의 증가가 원인

그리고 실적을 살펴보면, 손오공과 초이락컨탠츠팩토리 양사 모두 수익성악화를 겪고 있지만, 두 회사간의 수익성악화의 성격은 사뭇 다르다.

2017년 기준 초이락컨탠츠팩토리는 매출액 941억 원, 영업손실 -59억 원, 당기순손실 -59억 원을 기록했지만,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초이락컨탠츠팩토리가 자체적으로 꾸준히 새로운 컨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비용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이락컨탠츠팩토리는 2016년, 2017년 경상개발비를 각각 77억 원, 130억 원 지출, 외주개발비2016년 3억 원에서 2017년 40억 원으로 급증, 광고선전비 또한 2016년 105억 원에서 2017년 176억 원으로 증가했다.

결국 이러한 노력으로 초이락컨탠츠팩토리는 2018년 헬로카봇-공룡메카드 극장판 개봉, 헬로카봇 시즌 6 방영, ‘내친구코리리’ 출시, 요괴메카드 첫 방영 등 새로운 콘텐츠들을 시장에 내놓았다.

따라서, 향후 점차 초이락컨탠츠팩토리의 비용투자가 줄어들고, 회수가 이뤄지는 시점부터, 초이락컨탠츠팩토리의 매출은 물론, 이익이 회복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실적이 정상화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최신규 전 회장이 초이락컨탠츠팩토리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비즈니스생태계에서 향후 마텔과 최신규 전 회장간의 관계가 어떠한 식으로 마무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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