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미중 무역 협상 타결 시한을 앞두고 11일(이하 현지시각) 베이징에서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 됐다.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이끄는 차관급 협상단이 선발대 형식으로 베이징에 도착해 중국 측과 통상 현안에 대한 실무 논의를 했고, 14~15일에는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중국의 류허 부총리 등과 고위급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국제정세]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이 전망되면서 뉴욕증시는 물론 코스피도 오름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3월 1일로 끝나는 무역협상 시한 연장 가능성을 내비친 데다가, 미중 양 정상이 3월에 무역담판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빚어온 무역 갈등 해소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중간 이견이 크다는 이유로 협상타결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 무역 협상 연장 ․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열려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미중 무역 협상 타결 시한을 앞두고 11일(이하 현지시각) 베이징에서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 됐다.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이끄는 차관급 협상단이 선발대 형식으로 베이징에 도착해 중국 측과 통상 현안에 대한 실무 논의를 했고, 14~15일에는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중국의 류허 부총리 등과 고위급 협상을 이어간다.

지난 달 30~31일 워싱턴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는 지식재산권 보호와 무역 불균형, 기술 이전, 관세․비관세 장벽 등에 대해 논의가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중국의 첨단 기술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 화웨이 등 중국 기업 문제를 놓고 협상할 전망이다.

이번 협상은 워싱턴에서의 협상보다 낙관론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3월 1일 끝나는 무역협상 시한 연장 가능성을 언급할 정도로 협상 타결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회의에서 취재진 질문에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에 대해선 25% 관세를 매겼고, 2천억 달러에는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2천억 달러에 대한 10% 관세는 3월 1일 이후로 25%로 올라가게 된다”면서 “우리가 진짜 합의라고 생각하는 곳에까지 가 있고, 합의가 완성될 수 있다면 협상 시한을 잠시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것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내키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합의가 이뤄지질 몹시 원한다. 협상이 잘 풀리고 있다”면서 “외견상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닌 진짜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협상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표단 핵심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는 아주 좋다(so far so good)"고 말한 것이다.

이번 협상이 고위급 회담까지 순조롭게 진행되면 3월 중순 경에는 미중간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스티븐 센스키 미국 농무장관은 13일 미․중 협상 타결을 위한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관련해 “3월 언젠가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내달 중순에 트럼프 대통령 개인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무역 담판을 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보아오포럼(3월 26일~29일) 즈음 하이난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미국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 진짜 합의할 수 있을까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치르면서 경제침체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에 이번 무역협상에서 최소한의 가닥이라도 잡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양측간 입장차가 커서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에서 중국의 양보를 얻었지만 중요한 구조적 경제 개혁에 대해 아직 확답을 얻지 못해 협상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협상단이 자국 기업의 지식 재산권 보호와 기술 이전 강요 금지, 수출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 중단을 중국 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매우 보수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사실 미국은 중국이 협상을 하더라도 그간의 전력으로 봤을 때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빈번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17년 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을 때를 비롯해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을 수차례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합의의 ‘구속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양국 무역수지 격차가 커질 때 관세를 자동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 협상단이 중국의 대미수출이 계속 증가하거나 중국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매기는 관세를 자동으로 인상하는 장치를 설정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신경쓰는 것은 ‘중국 제조 2025’이다. 중국이 자국 기업들의 성장을 위해 불평등한 시장을 만드는 핵심에는 ‘제조 2025’가 있다고 보고 이 ‘제조 2025’ 전략을 수정해야 진정한 변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수용할 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중국 당국이 올해 공산당 건립 70주년을 맞이해 과거 외세 간섭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표명했으며, 국가 산업정책에 외국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케빈 러드 아시아소사어티정책연구소(ASPI) 소장도 “대화가 결국 깊이 있게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양측 모두 합의를 원하지만 근본적인 지점부터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중이 이번 협상에서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진다면 간극이 컸던 이견을 좁혔으므로 무역갈등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무역갈등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베이징에서의 협상으로 향후 무역갈등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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